안녕하세요. 메디친에서 대학생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SongT입니다.
뭐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의대를 목표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숭고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숭고한 뜻을 가지고 의대로 가는 사람도 있고, 정말 돈을 위해서, 할 게 별로 없는데 공부는 잘했어서 의대로 간 사람도 있습니다.
제 얘기를 하자면, 저는 원래는 판사가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법에서 사회적 약자가 법 아래에서 보호받도록 돕고,
모두에게 엄격하되,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런 판사요.
정의실현과 같은 거창한 뜻을 실현해보고 싶었습니다. 하핳...
하지만, 제가 중학교 3학년 때쯤이었을 겁니다.
제가 대학생이 되면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만 남는다는 뉴스를 접했죠.
그러면, 제가 판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로스쿨 외에는 없는데,
그 당시 제가 접했던 로스쿨은.... 하.... 부모 직업을 명단으로 공개해서 유출되지 않나,
이런 공간에서 얘기하기 어려운 그런... 암울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었습니다.
아버지는 저보다도 제가 판사가 되길 더 원하셨지만,
저는 사법고시 없이 로스쿨로 진학해서 판사가 돼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그런 목표를 조금이라도 이루면서 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이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음은 당연히 "그럼 뭘 할건데?"라는 고민을 했겠죠.
저는 지루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매일매일을 크게 보면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도 하루하루가 버라이어티했으면 좋겠고,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 보람 이런 것들을 찾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보람이라고 하면, 나로 인해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이 세상에 악이 넘쳐난다고 해서, 나마저도 악이 되어버리면, 살기 정말 싫어질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하나 더, "다른 사람의 지원 없이, 내 힘으로 내가 이룰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도 중요했고요.
그게 저에게는 의사였습니다.
매일매일, 환자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구해낸다는 버라이어티함,
생명을 다룬다는 고도의 책임감, 그와 동시에 주어지는 보람. 다른 사람 지원 필요 없이, 내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직업...
제 얘기를 좀 해드렸는데요.
아직 예과생이고, 의학적 지식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조언을 드리자면,
"환자에게 헌신하겠다"는 게 의대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정말로 의대를 가고자 한다면, 평생을 환자들에게 헌신하겠다는 각오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주변에서 의사에 대해 "본인 빼고 다 행복한 직업이다."라고 말합니다.
의사는 평생을 남을 위해 사는 직업입니다.
각자가 의대를 진학하고자 했던 이유는 다를지라도, (설령 그게 돈이라고 하더라도),
의대에 진학하고 의사가 되었다면 평생을 환자를 위해 살겠다는 각오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건 그만큼 아주 높은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니까요.
위의 송T의 댓글에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정말 솔직해진다면 환자들에게 헌신하고 봉사하고 싶은 것이 의대 진학의 1번 이유는 아닙니다.
저는 사실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안정감, 그리고 이왕 공부를 시작했으면 대가리를 노려보자는 자존심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의대를 진학했다고 해도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의대에 진학했든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솔직히 하나만 꼽자면 남들한테 인정받는 직업이라서 하고싶은데, 주변에서 왜 의대가고 싶니?라고 물어봤을때 그렇게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환자들에게 헌신하고자 가고싶다라고 거짓말을 했어요
다들 숭고한 뜻을 품고 의대를 목표하는 것 같아서 저는 뭔가 죄책감이 드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