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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규 수학 선생님의
주옥 같은 인생 조언이 담긴
칼럼들을 모~두 모아두었으니 꼭 확인해보세요!
6모 이후 지난 2주간 강남하이퍼 의대관과 본원, 강남하이퍼 기숙 의대관에서 학생상담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이 6모 경향을 오해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다음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그 내용을 여기 메디친에도 올려 봅니다.
...............................................
Q1) 교과적, 사회적, 정치적 측면에 입각하여 6월 평가원을 이렇게 출제한 평가원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A) 수학교과에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 문제 등의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것은 OECD의 PISA나 TIMSS 같은 세계적 단위의 수학 시험에서, 한국 학생들은 유형암기에 억지로 내몰려 수학을 혐오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그건 세계적으로 아주 특별한 것이지요. 한국 학생들은 정형화된 문항에서 독보적인 OECD 1위이면서, 비정형화된 문항은 OECD 중하위권을, 정의적(affective) 영역에서는 최하위를 보이고 그런 성향은 지난 십수년간 더 조금씩 오히려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학교와 학원을 막론하고 유형암기식 교육이 지목되고 있으며, 그 유형암기식 교육 뒤에는 결국 수능 문항이 있다는 게 수학교육계의 견해입니다. 작년 5월, 교육부와 평가원이 ‘사교육기관에서 유형을 반복적으로 암기학습해야만 풀 수 있는 문항’을 킬러문항이라 규정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보여집니다.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사교육비가 있습니다. 물론, 사교육비 뒤에는 초경쟁사회의 모순이 존재하겠지만, 기출변형 컨텐츠에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를 집중하는 것은 이전의 수능의 킬러 문항들이 어느 정도 그 본래 취지와 달리 형태가 굳어지는 양태를 보였기 때문이었고, 그것에 대응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교육부와 평가원, 수학교육학계에 있어왔습니다. 그건 이전 정권부터 있었지요. 현 정부에서 지금의 교육부총리가 새로 임명되었을 때, 이전 정권 때부터 임기를 이어오던 당시 평가원장은 임기를 지키고, 수능의 방향 개선을 꾸준히 하겠다고 천명했었죠. 허나, 교육부총리는 더 빠르고 더 강한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했고, 그걸 거부해서 사퇴 수순을 밟은 걸로 세간에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현재 지지율로 계속 고전 중인 현 정부가 총선 패배 이후로도 별 뾰족한 치적이 없는 상태에서, 대외관계, 남북관계, 빈부격차문제, 국제경제에서도 별다른 호재가 없으니, 그나마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몇 장 안 되는 정치공학적 카드에 수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수능 만점자가 재수생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현 정권에게는 악몽이겠지요. 재학생 최상위권에게 유리하지만 재수생 최상위권에게는 불리한 시험을 생각해 보세요. 교육과정에 충실하고 수학적 사고력이 있는 학생은 유리하지만 학원에서 유형암기 반복에만 매달린 학생에게는 불리한 시험을 상상해 보세요. 평가원은 그런 시험을 출제하기 위해 이것 저것 실험하고 있는 중이라고 추측해 보는 게 합리적이겠지요. 아마도 평가원은 특히 이번 6모 결과에 대하여, 한 손에는 재학생 상위권의 문항별 오답률을, 다른 한 손에는 재수생 상위권의 문항별 오답률을 비교하고 있을 겁니다. 작년 수능이야 뭐 그런 작업은 이미 끝났을 거고, 이번 9모를 보고 한 번 더 해서 수능 출제의 세부방향을 정하겠지요.
Q2) 이 출제가 그 목적에 맞는 출제방향인지?
A) 충분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 방향으로 출제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부 사람들이 추측하는 ‘교사들이 많이 들어가, 계산이 많은 내신틱한 문항을 급조해서 냈다’는 건 별 근거가 없는 비난일 뿐입니다. 강남의대관과 기숙의대관을 예로 들어, 오답률 높은 상위 10개 문항 중에서는 그 어느 것도, 사교육 기관의 문항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문항이 없습니다. 게다가,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도 없지요. 계산이 길다고 하는 건 오해입니다.
일부 학생들이 이 계산이 길다고 한 12번 문항은 사실 아예 그림만으로도 문제해결의 핵심부분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지수함수의 본질 - 변화율이 일정한 수학적 모델의 가장 단순한 경우 - 을 이용해 보세요.
문항의 주어진 조건에서 선분 AB의 길이가 선분 CD의 길이의 두 배이므로
C에서 자신의 점근선 까지의 거리도 A에서 자신의 점근선 까지의 거리의 두 배입니다. 계산없이 눈으로 보이죠.
계산을 안 하는 게 좋다느니, 눈으로 직관적으로 푸는 게 좋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위의 내용, 지수함수의 함수적 부분을 강조한 것이 현 교육과정이라는 거에요.
물론, 식 계산으로 위 문항을 풀 수 있고 그것 또한 교육과정이기는 하지만요.
그러니, 어떤 학생이 지수함수의 본질을 놓치고 식 계산이 늘어났다고 해서
식 계산을 늘리는 게 평가원의 의도라고 하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는 겁니다.
13번 문항도 적분의 개념이 체화되어 있으면 계산을 짧게 가는 판단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문항이었지요.
위에서 영역 A나 영역 B를 따로 따로 계산한다던지, 심지어 영역 B의 x축 아랫부분을 따로 계산한다던지 하는 학생들은 적분개념의 한계가 분명한 학생입니다. 현 교육과정 수학2의 적분개념은 Cavalrieri의 직관적인 생각에 기반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수학 선생에게 '카발리에리의 정리'가 무엇인지 여쭈어 보세요.
14번 문항은 특화(specialization)과 관련된 문항이기 때문에 계산이 길게 하지 않는 선택을 교육과정 내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문항을 대하는 태도로서 특화가 도입된 건 현 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이지만, 학생들은 그 존재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과정에 충실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이 시험의 가치가 잘 보일리 없습니다.
15번도 계산이 아니라, 주어진 식의 기하적, 함수적 의미로 숨겨진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기하적 함수적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 발견의 과정에서 수식을, 그 결과의 표현에서도 수식을 사용한다고 해서, '(기계적인) 계산이 많은 문항'으로 치부하는 건 위험합니다. 그건 마치, 시인이 하는 작업이 단어를 나열하는 거라고 말하는 것만큼 실제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이지요.
20번 같은 발견적 추론 문항에서도 계산은 거의 할 게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숨겨진 내용을 찾아내지 못한 학생은
b=1,2,3,4,5를 대입해가며 '구몬 수학' 같은 계산을 일일이 수행했겠지만요.
그렇게 풀라고 출제한 문항이 아닙니다. 그런 걸 하라는 교육과정이 애초에 아니었으니까요.
22번도 문항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계산을 최대한 줄이자는 의도가 들어있고 성공적이었습니다.
수열의 귀납적(inductive) 정의라고 번역되는 induction은 적어도 수학의 맥락에서는 '귀납추론(inductive reasoning)'같은 깊은 뜻이 아니에요. 그저 어떤 항(여기서는 a_n)이 그 다음 항(여기서는 a_n+1)을 '유도'한다는 것이지요. 마치, 물리시간에 '유도 기전력'의 '유도'와 같은 맥락입니다. 여러분 부엌에 있을 수 있는 '인덕션'이라고요.
그러니, 수열의 귀납적 정의는 그저 어떤 항이 다음 항(successor)를 유도하는 대응관계를 표현한 것뿐입니다.
이 때 이 대응 관계는 수열이 하나로 정해진다면, 함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 단원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어진 함수단원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요.
여러분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대응관계에서 역대응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게 함수가 되면 역함수라고 고등수학(상)(하)에서 배웠지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교육과정이 차곡차곡 integrated되어 있으면 수능을 잘 봐요.
이 22번을 수 집어넣는 '노가다'라고 표현하는 학생이나, 의대생들을 보았는데.
난 그 말을 하고 싶어요. 당신이 누군가를 도우려는 건 좋아요. 그러나, 옛말처럼 '소경이 밤 길을 안내할 수는 없는' 겁니다.
최소한 이 교육과정이 무엇이고, 어떤 생각 위에 세워졌는가는 알고 학생을 지도해야 합니다.
Q3) 6월 모의평가의 문항구성과 신유형은?
A) 패러다임이 달라졌으니, 신‘유형’을 논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회의적입니다. 교육과정 전체 중에서 극히 일부분의 ‘빈출테마’를 출제하던 시대가 끝나가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그간, 수능이 교육과정을 벗어나서 출제한 적은 없지만, 지극히 일부분을 반복해서 물어보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요. 이번 출제에서 분명한 것은, 교육과정에 있지만 출제되지 않던 것들과 출제된 적도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출제한 것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러니 학생들 눈에 생소하고 난도가 높게 보일 수 있지만, 객관적 난도는 높지 않아요. 이건 분명히 의도적이고 꽤 성공적이었다고 보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내신틱’하다고 비난하는 태도로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Q4) 9월 모의평가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A) 6모와 같은 패러다임에서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겠지요. 이미 평가원은 한국 학생들은 빈출테마로 초고난도 문항을 만들 필요없이, 새로운 테마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출제하면 난도가 높지 않아도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새롭게 출제해서, 재학생 상위권과 재수생 상위권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해 보고 올 수능을 정할 거겠지요.
Q5) 수능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A) 같은 패러다임일거라는건 압니다. 허나, 그 내에서 평가원이 어느 선택을 할지는 모릅니다. 다만, 학생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명확합니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넓게 준비해야 합니다. 기출문항에서 다루지 않는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정의적인 모둠활동, 그룹토론 등을 장려하고 있지요. 거기와 잘 연결될 소재들의 수학적 activity를 준비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 II의 ‘함수의 극한과 연속성’에서 GeoGebra등 동적 기하(dynamic geometry) s/w를 위한 극한값 추측 같은 것을 학습하도록 해야 합니다.
Q6) '킬러 배제 시험'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A) 그건 이미 작년 수능에서 충분히 성과가 있었습니다. 작년 수능에도 ‘특정 학원의 컨텐츠를 반복해서 풀었어야만 풀 수 있는 문항’ 같은 건 없었고, 그럼에도 전국적인 변별력은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적어도, 평가원은 그 지점을 지금은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겁니다. 앞서 말했든 더 교과적인 목표, 사회-정치적인 목표, 즉, 강요된 유형암기를 하지 않고도 사고력으로 풀 수 있는 문항, 재수생보다 재학생 상위권에게 유리한 시험을 만들고자 노력하겠지요.
그러려면, 다음이 예상됩니다.
첫째, 앞서 말한 것처럼 교육과정 내에 있지만, 그동안 빈출되지 않은 테마들을 묻게 될 겁니다.
둘째, 고등학교 수학(상)(하)등 간접출제범위와 연결된 문항을 더 출제할 거에 대비해야 합니다.
셋째, 학교 수행평가와 모둠활동과 관련된 소재와 주제의 문항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넷째, 연역추론의 중요도를 낮추고, 발견적 추론(plausible reasoning)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지점이 뭐냐면, 수능이 이런 방향으로 가면
사교육이건, 공교육이건
반복 시스템만으로는 학생의 시험장에서 성취가 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시스템은 효율을 지향하는 데
그렇게 효율적일수록 덜 생각하기 마련이고
덜 생각할수록, 문항의 이런 변화에 더 적응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대로라면, 올 수능이 끝나면
'수능 내신틱해졌다.' 와 '수능 금대갈 테스트다'는 상반된 두 주장 속에서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교육부는 '사교육의 반복 유형암기 훈련을 받지 않고도 풀 수 있으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한 문항들'임을 자랑하겠지요.
그건 우리 수학선생들에게 또 과제가 생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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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학교과에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 문제 등의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큰 것은 OECD의 PISA나 TIMSS 같은 세계적 단위의 수학 시험에서, 한국 학생들은 유형암기에 억지로 내몰려 수학을 혐오한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그건 세계적으로 아주 특별한 것이지요. 한국 학생들은 정형화된 문항에서 독보적인 OECD 1위이면서, 비정형화된 문항은 OECD 중하위권을, 정의적(affective) 영역에서는 최하위를 보이고 그런 성향은 지난 십수년간 더 조금씩 오히려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학교와 학원을 막론하고 유형암기식 교육이 지목되고 있으며, 그 유형암기식 교육 뒤에는 결국 수능 문항이 있다는 게 수학교육계의 견해입니다. 작년 5월, 교육부와 평가원이 ‘사교육기관에서 유형을 반복적으로 암기학습해야만 풀 수 있는 문항’을 킬러문항이라 규정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보여집니다.
사회적으로는 과도한 사교육비가 있습니다. 물론, 사교육비 뒤에는 초경쟁사회의 모순이 존재하겠지만, 기출변형 컨텐츠에 어마어마한 사교육비를 집중하는 것은 이전의 수능의 킬러 문항들이 어느 정도 그 본래 취지와 달리 형태가 굳어지는 양태를 보였기 때문이었고, 그것에 대응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교육부와 평가원, 수학교육학계에 있어왔습니다. 그건 이전 정권부터 있었지요. 현 정부에서 지금의 교육부총리가 새로 임명되었을 때, 이전 정권 때부터 임기를 이어오던 당시 평가원장은 임기를 지키고, 수능의 방향 개선을 꾸준히 하겠다고 천명했었죠. 허나, 교육부총리는 더 빠르고 더 강한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했고, 그걸 거부해서 사퇴 수순을 밟은 걸로 세간에 알려져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현재 지지율로 계속 고전 중인 현 정부가 총선 패배 이후로도 별 뾰족한 치적이 없는 상태에서, 대외관계, 남북관계, 빈부격차문제, 국제경제에서도 별다른 호재가 없으니, 그나마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몇 장 안 되는 정치공학적 카드에 수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수능 만점자가 재수생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현 정권에게는 악몽이겠지요. 재학생 최상위권에게 유리하지만 재수생 최상위권에게는 불리한 시험을 생각해 보세요. 교육과정에 충실하고 수학적 사고력이 있는 학생은 유리하지만 학원에서 유형암기 반복에만 매달린 학생에게는 불리한 시험을 상상해 보세요. 평가원은 그런 시험을 출제하기 위해 이것 저것 실험하고 있는 중이라고 추측해 보는 게 합리적이겠지요. 아마도 평가원은 특히 이번 6모 결과에 대하여, 한 손에는 재학생 상위권의 문항별 오답률을, 다른 한 손에는 재수생 상위권의 문항별 오답률을 비교하고 있을 겁니다. 작년 수능이야 뭐 그런 작업은 이미 끝났을 거고, 이번 9모를 보고 한 번 더 해서 수능 출제의 세부방향을 정하겠지요.
Q2) 이 출제가 그 목적에 맞는 출제방향인지?
A) 충분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 방향으로 출제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일부 사람들이 추측하는 ‘교사들이 많이 들어가, 계산이 많은 내신틱한 문항을 급조해서 냈다’는 건 별 근거가 없는 비난일 뿐입니다. 강남의대관과 기숙의대관을 예로 들어, 오답률 높은 상위 10개 문항 중에서는 그 어느 것도, 사교육 기관의 문항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 문항이 없습니다. 게다가,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도 없지요. 계산이 길다고 하는 건 오해입니다.
일부 학생들이 이 계산이 길다고 한 12번 문항은 사실 아예 그림만으로도 문제해결의 핵심부분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지수함수의 본질 - 변화율이 일정한 수학적 모델의 가장 단순한 경우 - 을 이용해 보세요.
문항의 주어진 조건에서 선분 AB의 길이가 선분 CD의 길이의 두 배이므로
C에서 자신의 점근선 까지의 거리도 A에서 자신의 점근선 까지의 거리의 두 배입니다. 계산없이 눈으로 보이죠.
계산을 안 하는 게 좋다느니, 눈으로 직관적으로 푸는 게 좋다느니 하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위의 내용, 지수함수의 함수적 부분을 강조한 것이 현 교육과정이라는 거에요.
물론, 식 계산으로 위 문항을 풀 수 있고 그것 또한 교육과정이기는 하지만요.
그러니, 어떤 학생이 지수함수의 본질을 놓치고 식 계산이 늘어났다고 해서
식 계산을 늘리는 게 평가원의 의도라고 하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는 겁니다.
13번 문항도 적분의 개념이 체화되어 있으면 계산을 짧게 가는 판단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문항이었지요.
위에서 영역 A나 영역 B를 따로 따로 계산한다던지, 심지어 영역 B의 x축 아랫부분을 따로 계산한다던지 하는 학생들은 적분개념의 한계가 분명한 학생입니다. 현 교육과정 수학2의 적분개념은 Cavalrieri의 직관적인 생각에 기반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수학 선생에게 '카발리에리의 정리'가 무엇인지 여쭈어 보세요.
14번 문항은 특화(specialization)과 관련된 문항이기 때문에 계산이 길게 하지 않는 선택을 교육과정 내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문항을 대하는 태도로서 특화가 도입된 건 현 교육과정의 특징 중 하나이지만, 학생들은 그 존재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과정에 충실하지 않은 학생에게는 이 시험의 가치가 잘 보일리 없습니다.
15번도 계산이 아니라, 주어진 식의 기하적, 함수적 의미로 숨겨진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기하적 함수적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그 발견의 과정에서 수식을, 그 결과의 표현에서도 수식을 사용한다고 해서, '(기계적인) 계산이 많은 문항'으로 치부하는 건 위험합니다. 그건 마치, 시인이 하는 작업이 단어를 나열하는 거라고 말하는 것만큼 실제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이지요.
20번 같은 발견적 추론 문항에서도 계산은 거의 할 게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숨겨진 내용을 찾아내지 못한 학생은
b=1,2,3,4,5를 대입해가며 '구몬 수학' 같은 계산을 일일이 수행했겠지만요.
그렇게 풀라고 출제한 문항이 아닙니다. 그런 걸 하라는 교육과정이 애초에 아니었으니까요.
22번도 문항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계산을 최대한 줄이자는 의도가 들어있고 성공적이었습니다.
수열의 귀납적(inductive) 정의라고 번역되는 induction은 적어도 수학의 맥락에서는 '귀납추론(inductive reasoning)'같은 깊은 뜻이 아니에요. 그저 어떤 항(여기서는 a_n)이 그 다음 항(여기서는 a_n+1)을 '유도'한다는 것이지요. 마치, 물리시간에 '유도 기전력'의 '유도'와 같은 맥락입니다. 여러분 부엌에 있을 수 있는 '인덕션'이라고요.
그러니, 수열의 귀납적 정의는 그저 어떤 항이 다음 항(successor)를 유도하는 대응관계를 표현한 것뿐입니다.
이 때 이 대응 관계는 수열이 하나로 정해진다면, 함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 단원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어진 함수단원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요.
여러분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대응관계에서 역대응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게 함수가 되면 역함수라고 고등수학(상)(하)에서 배웠지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교육과정이 차곡차곡 integrated되어 있으면 수능을 잘 봐요.
이 22번을 수 집어넣는 '노가다'라고 표현하는 학생이나, 의대생들을 보았는데.
난 그 말을 하고 싶어요. 당신이 누군가를 도우려는 건 좋아요. 그러나, 옛말처럼 '소경이 밤 길을 안내할 수는 없는' 겁니다.
최소한 이 교육과정이 무엇이고, 어떤 생각 위에 세워졌는가는 알고 학생을 지도해야 합니다.
Q3) 6월 모의평가의 문항구성과 신유형은?
A) 패러다임이 달라졌으니, 신‘유형’을 논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회의적입니다. 교육과정 전체 중에서 극히 일부분의 ‘빈출테마’를 출제하던 시대가 끝나가는 거라 볼 수 있습니다. 그간, 수능이 교육과정을 벗어나서 출제한 적은 없지만, 지극히 일부분을 반복해서 물어보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요. 이번 출제에서 분명한 것은, 교육과정에 있지만 출제되지 않던 것들과 출제된 적도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출제한 것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러니 학생들 눈에 생소하고 난도가 높게 보일 수 있지만, 객관적 난도는 높지 않아요. 이건 분명히 의도적이고 꽤 성공적이었다고 보입니다. 그러니, 이것을 ‘내신틱’하다고 비난하는 태도로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Q4) 9월 모의평가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A) 6모와 같은 패러다임에서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겠지요. 이미 평가원은 한국 학생들은 빈출테마로 초고난도 문항을 만들 필요없이, 새로운 테마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출제하면 난도가 높지 않아도 충분히 변별력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새롭게 출제해서, 재학생 상위권과 재수생 상위권의 강점과 약점을 비교해 보고 올 수능을 정할 거겠지요.
Q5) 수능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A) 같은 패러다임일거라는건 압니다. 허나, 그 내에서 평가원이 어느 선택을 할지는 모릅니다. 다만, 학생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는 명확합니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넓게 준비해야 합니다. 기출문항에서 다루지 않는 교육과정의 주요 내용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정의적인 모둠활동, 그룹토론 등을 장려하고 있지요. 거기와 잘 연결될 소재들의 수학적 activity를 준비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 II의 ‘함수의 극한과 연속성’에서 GeoGebra등 동적 기하(dynamic geometry) s/w를 위한 극한값 추측 같은 것을 학습하도록 해야 합니다.
Q6) '킬러 배제 시험'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A) 그건 이미 작년 수능에서 충분히 성과가 있었습니다. 작년 수능에도 ‘특정 학원의 컨텐츠를 반복해서 풀었어야만 풀 수 있는 문항’ 같은 건 없었고, 그럼에도 전국적인 변별력은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적어도, 평가원은 그 지점을 지금은 고민조차 하지 않을 겁니다. 앞서 말했든 더 교과적인 목표, 사회-정치적인 목표, 즉, 강요된 유형암기를 하지 않고도 사고력으로 풀 수 있는 문항, 재수생보다 재학생 상위권에게 유리한 시험을 만들고자 노력하겠지요.
이게 굉장히 어려운 지점이 뭐냐면, 수능이 이런 방향으로 가면
사교육이건, 공교육이건
반복 시스템만으로는 학생의 시험장에서 성취가 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시스템은 효율을 지향하는 데
그렇게 효율적일수록 덜 생각하기 마련이고
덜 생각할수록, 문항의 이런 변화에 더 적응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대로라면, 올 수능이 끝나면
'수능 내신틱해졌다.' 와 '수능 금대갈 테스트다'는 상반된 두 주장 속에서 학생들은 혼란스러워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교육부는 '사교육의 반복 유형암기 훈련을 받지 않고도 풀 수 있으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한 문항들'임을 자랑하겠지요.
그건 우리 수학선생들에게 또 과제가 생긴 겁니다.
💙 수학 선생님의 인생 조언 칼럼, [PSTP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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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선생님의 인생 조언 칼럼, [PSTP 시리즈]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학생들에게
지난 1년간 입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에게
수학을 더 잘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회의하는 학생들에게
수능 수학 선택과목 고민이 남아 있는 학생들에게
공부법에 간절한 친구들, 그리고 이곳의 ‘대학생 멘토’님들께
저항하라!
"Another (updated) Brick”
수험생이 가져야 할 감정에 대하여
힘들게 달려도 확신이 없을 때
'세상에 의사 한 명 늘리는 것’
빈 벌판, 맨발
고등학생 때 수학을 잘 하셨던 학부형님께
혹시 잊고 있을까봐
당신이 만약 내 입장이라면
올해 수능을 본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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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학 선택하기
경쟁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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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인가 암기인가
새를 잡으려는 소녀
붉은 開泉
작은 날개의 새
철기시대와 첼리스트
그대, 간밤의 暴雪
예과에 들어가는 친구들에게
혁신가의 역설
2024 수능을 위한 수학 교과서
'학생 의사'가 된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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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수학교육과정 - Middle of Some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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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학 준비 방향
불안에 대하여
Winterreise
거짓말의 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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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수능을 위한 수학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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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na Lente
[PSTP] 벼랑을 움켜쥐고
[PSTP] 수학 : 6월 평가원 경향과 올 수능 방향성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