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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멘토[PSTP] 힘들게 달려도 확신이 없을 때

황준규
2021-04-24
조회수 450

4월과 5월.  지금은 가장 힘들고 혼란스럽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안 서는 시기입니다.  여러분이 그렇다면 전혀 이상한 게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고 혼란스럽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서도 아무 독서도 안 하는 건 이상한 거에요.


인생의 어느 국면이건 길은 책 속에 있습니다.  인생의 어느 국면이 닥쳐도, 오직 나 스스로를 바로 잡으면서 대응하고 그 이상을 바라지 않겠다는 불타협의 정신을 맹자는 ‘大丈夫’라 불렀습니다.  이 자본주의 경쟁사회가 그저 여러분을 성공한 부품이 되라고 해도, 여러분은 대장부가 되세요.  타협은 노회한 정치인들이 하는 겁니다.  여러분은 그 어느 것도 타협하지 마세요.


외롭다고 그것도  깊은 외로움에 시달리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 때에요.   책을 읽으세요.  그게 유일한 길입니다.  깊이 외로운 친구들은, 깊게 읽으세요.  


무언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질문에 바로 어느 어느 책이 떠오르지 않아서, 저 스스로가 당황스러웠어요. (생각해 보니, 어떤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어떤 책을 읽고 나면 다음 읽을 책이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좀 돌아봤습니다.  학생이 어떤 입장일까도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적어보겠습니다.  (따옴표 안의 글은, 각 책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Vincent van Gogh <Almond Blossom> (1890)



줄리아 카메론, 『아티스트 웨이 :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경당, 2012

자신 내면의 창조성 혹은 예술성 혹은 감성 혹은 광기 혹은 그냥 ‘끼’를 이 혹독한 경쟁 사회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책입니다.  저 자신이 힘들 때 도움이 되었어요.  


‘나는 모든 것을 단순하게 유지했다.  모든 것은 실제로 단순했기 때문이다.  창조성은 왕바랭이 식물과 같은 것이다.  왕바랭이는 조금만 보살펴주면 솟아난다.’


‘자기 보살핌과 자기 존중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  좀 더 “정상적으로” 살라는 남들의 재촉에 괴롭힘을 당하는 자신을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이다.  당신은 아마도 자신을 혐오하면서, 자신과 남에게 닥치는 대로 비난을 퍼붓게 될 것이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돈, 재산, 권력 따위를 우습게 만드는 어떤 모험 같은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또 그것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 것이다.  진실은 남들이 인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신에게 달려 있다.’



파울로 코엘료, 『내가 빛나는 순간』, 자음과모음, 2020

서점에 가면 흔한 베스트셀러 처세술 책과 같은 칸에 꽂혀 있지만, 그 속에서 단연 빛나는 책입니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의 진심이 담긴 글이라 가슴 깊이 박힙니다. 


‘당신의 꿈을 따라가세요.  돈은 좀 못 벌더라도 결코 궁핍하진 않을 겁니다.  아니면 다른 사람의 꿈을 좇아가세요.  돈은 좀 벌겠지만 결코 풍요롭지 않을 겁니다.’


‘달걀은 외부의 힘으로 깨지면 삶이 끝납니다.  반면 내부의 힘으로 깨지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요.  언제나 그렇듯 모든 위대함은 내부에서 비롯됩니다.’



김용옥, 『사랑하지 말자』, 통나무, 2012

도올 선생님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정치적인 발언도 많이 하셔서 팬도 많지만 안티도 많습니다.  허나, 그런 이슈메이커 정도로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 나라에 몇 안 되는 independent thinker입니다.  특히, 이 책은 동양고전이나 서양철학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목차를 보고, 관심 가는 곳부터 읽으세요.  ‘사랑’부터 읽어도 되고요.  ‘역사’부터 읽어도 됩니다.


‘자동차 키나 장만하려는 꿈은 현재의 삶의 개선일 뿐, 꿈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꿈에는 항상 신화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역사는 진보가 아니라 혼돈이다.  그 혼돈에서 자신의 새로운 코스모스를 창조하는 것이 바로 의미이다.  왜 역사의 의미는 이거라고 역사 자체에 고정시켜놓고 굴종적으로 순응하려 하는가?’



낭만주의 시인들의 시

여러분은 세계 최악의 경쟁사회에서 태어나, 표준화된 시험(standardized test)를 잘 보는 것만으로 지속적으로 평가받고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수학문제에 정답이 있듯이 인생에도 모범답안이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예술사조를 고전주의(classism)라 부릅니다.  그런데, 어떤 주의, 어떤 고귀한 사조, 이념, 주의, 이데올로기도 그것 하나만이 진실일리 없잖아요?  하나만이 진실이고 나머지는 쓸모없는 거라는 건, 좀 무서운 생각일 수 있습니다.  


더 무서운 거 말해 볼까요? 수학문제 풀다가 오답이 있듯이, 인생에도 오답이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그건 올해의 수능결과가 보여줄 거라고 스스로를 억압하고, 비난하고, 두려워하고, 무언가에 벌벌 떨며 복종하고 있지요.  그러니, 고전주의의 과잉을 막아줄 사조, 낭만주의(romanticism)가 필요한 겁니다.  낭만주의는 건축에도 있고, 조각에도 있고, 회화에도 있고, 희극에도 있지만, 시(poem)보다 낭만적인 건 없지요.

불행하게도 한국에는 낭만주의라 부를 수 있는 시인이 없습니다. (임진왜란의 좌절, 동학혁명의 좌절, 일본 제국주의에서 자력으로 해방하지 못한 좌절 등을 생각하면 그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낭만은 퇴폐가 아닙니다.  수험생 여러분이 느닷없이 시집 꺼내 읽고 있다고, 개막장 인생 되는 게 아니라구요.  오히려 제대로 된 낭만주의가 없는 곳에서 퇴폐주의가 번성하기 마련이죠.  한국이 현재 그런 사회입니다.  


그러니,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의 시를 읽으세요. 예이츠(William B. Yeats)의 시를 읽으세요.  엘리어트(Thomas S. Eliot)의 시를 읽으세요. (엄마 아빠 서재를 잘 찾아보세요.  한 두권 이미 있을지도 몰라요.)  블레이크(William Blake)가 와 닿을 수도 있어요.  


‘Had I the heaven’s embroidered cloths

Enwrought with golden and silver light

The blue and the dim and the dark cloths

Of night and light and the half-light,

I would spread the cloths under your feet

But I being poor, have only my dreams

I have spread my dreams under your feet

Tread softly because you tread on my dreams.“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202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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