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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멘토[PSTP] 당신이 만약 내 입장이라면

황준규
2021-09-30
조회수 264


복싱은 상대와 일대일로 싸웁니다.  상대는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싸움이 중요합니다.  특히, 경기의 '운영'이 중요하지요.  

최고의 파이터들 사이에서는 운영이 승과 패를 가르기도 합니다.



중요한 시합 전에 흔히, 기자들이 '이번 시합에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상대를 제압할 것인가?'라고 복서들에게 묻는게 그런 이유겠지요. 

그런 기자회견에서 흔히 선수들은 일종의 스웩을 보여주며, '이러저러한 계획으로 상대를 때려 눕히겠다'고 하죠.  


M.Tyson의 다음 유명한 인용구는 그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Everyone has a great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모두가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주뎅이를 얻어터지기 전까지는."


이건, 마치 Tyson의 위력과 폭력적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소비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어요.  

M.Tyson은 그렇게 시합 전에 흥미를 돋우려고 언론들이 말싸움을 붙이는 행태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인용구 중에 덜 유명한 거에는 이런 게 있지요. 

"I don't try to intimidate anybody before a fight.  That's nonsense.  I intimidate people by hitting them."

"싸우기 전에 누군가를 겁주려 안 합니다.  그건 무의미하잖아요.  난 시합에서 때려서 겁을 주면 그만이에요."


사람들은 Tyson을 두고, '천재복서'라고 '핵주먹'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복싱이 그의 천재성 때문인지는 판단할 만큼 저는 복싱을 알지 못해요.  허나, 이건 분명합니다.  세상은 넓고 천재 소리 듣는 사람은 많아도, 그 정도 위치는 절대 광기 어린 노력 없이 오를 수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인용구 중 하나는 이거입니다.

"No one wants to get up at 4am and run when it's pitch dark, but it has to be done and the only reason why I do it so early is because I believe that the other guy isn't doing it and it gives me a little edge"

"새벽 4시 그 가장 어두운 어둠 속에 일어나 달리는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그러나 그래야만 합니다.   딴 놈들이 안 하는 거, 그러니까  아주 조금 만이라도 날 앞서게 하는 거를 하는 거.  그게 유일한 이유입니다."


여러분.  공부량이란 생각의 양이잖아요.   그런데, 생각의 양은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과 큰 관련이 없습니다.  생각의 양은 여러분이 실전모의고사를 몇 회 분을 풀었느냐도 별 관련이 없습니다.  


수능이라는 복싱에서, 여러분의 상대는 현 교육과정과 수학이라는 인류 문제해결의 보편적 태도이고, 지식과 자신의 삶과 미래와 땀과 세상과 그 속에서의 여러분의 투쟁과 관련된 여러분 자신이지요.  그러니,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남의 공부량은 얼마만큼 일지 쉽게 어림잡지 마세요.  


난 학생 때, '어떻게 공부해야 너같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냐'고 묻는 친구들에게는 말문이 막혔어요.  그 애들은 내가 얼마나 많이 공부하는 지,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지, 그렇게 깊게 생각하려고 얼마나 많이 의심하는지, 그걸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희생했는지, 내가 그런 깊고 맑은 사고를 제외한 나머지 세상 잡스러운 것들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몰라요.  사실  내 결과가 아무리 친구들에게 부러워 보였는지 몰라도 내 공부량에 비하면 그건 비효율적인 것이었습니다.  공부를 정말 많이 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비효율적이 되기 마련입니다.  공부 효율 찾는 건, 공부를 적게 할 때나 하는 짓입니다.   


Tyson의 이 인용구를 전 가장 좋아합니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복싱 선수가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뛰어도,  시합장에서는 얻어맞고 질 수도 있습니다.  이긴다는 보장 어디에도 없어요.   얻어맞는데도 때리는 거에요.  지는 게 두렵지만, 맞는 것도 고통스럽지만.


"If they were in my shoes, they would cry like a baby."

"사람들이 내 처지라면, 애기처럼 울 거다."


전,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의대 갈 정도의 내신이나 수능 실력을 만들려면, 어느 정도 공부량이 필요한지 모든 학생들이 미리 알 수 있다면,

그 훈련의 양과 사고의 질, 고통의 높이와 좌절의 깊이를 미리 안다면,  수험생들은 공부 시작도 하기 전에 울고 있을 거라고요.


그러니, 몇 문제가 남았을 때, 몇 분이 남으면 어떤 문항을 검토하고, 어떤 문항을 풀 것인가 미리 정해 놓는 걸, '시험 운영'이라고 부른다면 그런 거 고민하지 마세요.   수능장에서 뭘 계획하건 계획대로 안 됩니다. 


시험 운영에 대해서 가장 좋은 것은 평소 제대로 된 훈련입니다. 

제대로 된 훈련은 현 교육과정이 무엇을 강조하는 지 아는 것, 수학이라는 과목이 무엇을 하기 위한 것인지 아는 것, 수능이라는 시험이 어떤 능력을 평가하고자 하는 지 아는 것들을 포함합니다.   


그건 선생이 가르칠 수 있는 거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며, 학생이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르치기도 어렵고 배우기도 어렵습니다.

 가르치기도 쉽고, 배우기도 쉬운 책이 있다면 당장 태워버려라, 그따위 책에는 아무 내용도 없다고 Whitehead가 일갈했었지요.  



여러분이 올해 흘린 땀은 과연 11월에 그 결과가 나올까요?  그걸 묻지 마세요.

그런 확신을 얻으려 하지 마세요.  점점 여러분의 시야만 좁아집니다.

그런 편안함 어차피 안 생깁니다.


자신이 흘린 땀을 신뢰하세요. (그걸 신뢰 안 하면 뭘 신뢰할 수 있나요?)

그렇게 묵연히 길을 걸으세요.     

어차피 인간 간의 경쟁이니까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수험생의 궁극의 경쟁력은 결국 인성입니다.  

의대 갈 정도의 공부량을 감당하다 보면, 그 인간의 품격이 궁극에는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링에 서기 전에도 이길 거라는 걸 안다면 복싱하기 편하겠지요.  그런 복싱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아플 줄 몰랐다'는 소리 할 거면 최소한 복싱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닌 거에요.

안 맞고 때릴 수 있으면 컴퓨터 게임이겠죠.  현실의 복싱은 아픕니다.   

남들이 내 입장이면 엉엉 울 그런 고통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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